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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전자폐기물 속 박테리아 연금술

ecobgri | 2019.01.25 19:11 | 조회 1806

전자폐기물 속 내부자들 『박테리아』의 연금술

 (2019-01-25 09:59)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금을 찾아다니는 주인공 산티아고에게 연금술사들이 “눈앞에 아주 엄청난 보물이 놓여 있어도, 사람들은 절대로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네. 왜인 줄 아는가? 사람들이 보물의 존재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박테리아는 보이지 않지만 보물 같은 존재다. 박테리아는 인간이 풀 수 없는 지구 생태계 문제에 답을 줄 수 있다. 박테리아는 폐기물 속에서 보이지 않는 내부자들처럼 활동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폐기물 처리에 새로운 해법을 도입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미생물인 박테리아는 35억 년 전부터 독특한 생화학반응과 구조를 지닌 채 다양한 환경에서 생존해왔다. 고래 뼈에 붙어 기름과 콜라겐을 먹으며 소화를 돕는 박테리아부터 갑오징어목과 공생하며 빛을 제공하는 박테리아까지 다양하다. 박테리아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 공생하며 소멸이 어때야 하는 알려줬다. 박테리아의 영향력은 생물뿐만 아니라 거친 광물에까지 뻗쳐있다. 미생물이 빵과 와인 생산에 이용된 기간은 수천 년이지만 채광산업에서 빈번히 사용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십 년 전이다.


전자폐기물의 양은 2016년 4,470만 미터톤에서 계속 상승 중이다. 박테리아는 친환경적 공법으로 전자폐기물 문제에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전자폐기물의 양은 2016 4,470만 미터톤에서 계속 상승 중이다. 박테리아는 친환경적 공법으로 전자폐기물 문제에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사진 출처 = PNAS.


환경 문제에 관여한 자그마한 내부자들


과학자들은 박테리아에 내재한 연금술의 언어를 이제 해독하기 시작했다. 박테리아는 하수 오물과 폐수, 섬유소와 같이 생명체가 더 이상 분해할 수 없는 다양한 물질을 분해할 수 있다. 박테리아는 위험한 화학물질인 PCBs, DDT, 기름, 방사능물질 처리에 도움을 주고 있다. 광산업 회사들은 광석에서 금속을 추출하기 위해 미생물을 사용해왔다. 그런데 이제 전자폐기물로부터 금을 회수하는 것에도 박테리아가 활용될 전망이다.


전자폐기물(e-waste)이 넘쳐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 이면엔 열광하는 그만큼 쓰레기가 도사리고 있다. 전자폐기물을 아무리 다른 나라로 보낸다고 해도 결국 언젠가 다시 만나게 돼 있다. 2016 4,470만 미터톤의 전자폐기물이 지구를 아프게 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2021년에는 그 양이 약 5,200만 미터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전자 제품을 구매할 것이며 스마트폰처럼 몇몇 장치들은 짧은 기간 사용된 뒤 버려질 것이다. 그 결과 격렬한 전자폐기물의 거대한 산이 솟았다.


전 세계에서 오직 20% 의 전자폐기물만이 제대로 재활용된다. 4% 정도는 매립되거나 소각되어 사라지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심각한 건 매립 전자폐기물에서 흘러나오는 독성 화학물질이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나머지 76%의 전자폐기물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분명치 않다. 개발도상국으로 운송된 뒤 태워져 공기 중에 노출되거나 산성 물질에 담기는 식으로 독성 화학물질이 방출되는 양도 엄청날 것이다.


2013 2, <네이처 화학생물학(Nature Chemical Biology)> 온라인판에 델프티아 애시도보란스(Delftia acidovorans, 이하 D. acidovorans) 박테리아가 주인공으로 실렸다. 영양원이 무언지 확실치는 않았지만, 이 미생물은 금 침전물을 나노입자로 만드는 델프티박틴(Delftibactin)이라는 화학물질을 만들고 있었다. 항균 작용을 하는 금 이온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금덩어리 표면에서 대사 물질을 분비함과 동시에 금 이온을 고체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이 미생물은 금의 오직 18% 정도만 나노입자로 추출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더 많은 델프티박틴을 생산하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할 필요가 있었다.


C. violaceum은 대량의 전자폐기물에서 귀금속을 재활용 하도록 돕는 박테리아다. 사진 출처 = PNAS.


균주의 변신은 유전 공학에서부터


우리가 버리는 여러 산업 쓰레기에는 철, 알루미늄 같은 유용한 금속 성분이 많이 남아 있다. 따라서 광물에서 새로 제련하는 것보다 쓰레기 속 금속을 녹여서 다시

C. violaceum은 대량의 전자폐기물에서 귀금속을 재활용 하도록 돕는 박테리아다

추출하는 방식이 훨씬 저렴한 편이다. 최근 미국국립과학원 회보 <PNAS>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환경 화학공학자 옌-펭 팅(Yen-Peng Ting)은 전자폐기물로부터 금을 회수하기 위해 크로모박테리움 바이오라세움(Chromobacterium violaceum, 이하 C. violaceum)을 연구에 사용했다. C. violaceum은 의학적으로 비올라세인(violacein)이라는 항균성 인자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C. violaceum은 전자폐기물로부터 귀금속의 재생(再生)을 돕는 전자폐기물 처리 미생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C. violaceum은 아미노산 글리신을 시안화수소로 바꾸는 효소를 생산해, 용액의 시안화 이온이 금 원자와 결합하여, 고체 전자 조각에서 금을 잡아채는 방식을 보였다. 심지어 C. violaceum은 쓸모없어진 시안화물을 β-cyanoalanine이라는 비독성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깔끔함까지 갖추었다. 하지만 고밀도 개체군이 되어야 충분한 시안화물을 만들기에 연구팀은 균주의 효소 생산을 제어하는 유전자 복사본 여분에 프로모터라는 새로운 DNA 시퀀스와 추가로 화학물질을 포함시켜 효소 생산을 촉발시켰다. 이런 방식의 조작된 균주로 51~68%나 더 많은 시안화물이 만들어졌고 회수된 금의 비율도 11%에서 25~30%로 증가했다.


문제는 전자폐기물에서 금속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리가 또한 시안화물과 결합한다는 점이었다. 구리와 시안화물의 반응은 금 회수를 방해했다. 이에 연구원들은 질산 또는 황산이나 과산화수소의 조합으로 전자폐기물 조각을 전처리(pretreatment, 前處理) 하여 일부 구리를 제거했다. 또 다른 문제인 박테리아 선호 pH 관련해서는 이보다 높은 pH에서 잘 자라는 군집을 선택해 돌연변이 야기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다양한 기술을 조합한 테스트 결과 연구원들은 기존보다 많은 11~69%의 금을 회수하기에 이르렀다.


박테리아의 가능성을 믿어야 할 때


박테리아로 기존의 재활용 방법을 보완할 수는 있지만 플라스틱 같은 다른 구성요소를 복구하려면 물리적 또는 화학적 공정이 여전히 필요하다. 또한 전자폐기물에 포함된 금속 함량이 낮아 재활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연구원들 역시 박테리아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그래서 전자폐기물 재활용에 박테리아를 사용하겠다는 생각들이 지금껏 학술 연구실에만 국한되어온 것일 수 있다.


오클랜드의 생체야금술 회사 민트 이노베이션(Mint Innovation)은 화학적, 생물학적 재활용 과정을 결합한 공정을 선보였다. 기존 화학 공정에 박테리아의 역할을 첨가한 것이다. 우선, 전자폐기물로부터 금을 침출하기 위해 산업적으로 만든 산과 더불어 산화제를 사용했다. 그 다음 쿠프리아비두스 메탈리두란스(Cupriavidus metallidurans, 이하 C. metallidurans) 박테리아로 금을 정제했다. 이 미생물은 스펀지처럼 기능하며 금을 자신의 세포로 끌어들였다. 이는 금속 침전물을 나노입자로 만드는 균 D. acidovorans와 다른 방식이었다. 상업적인 규모로 본다면 나노입자를 되찾는 것보다 박테리아에 감싸인 금을 회수하는 것이 더 쉬웠다.


민트 이노베이션은 포도당 대신 탄수화물이 풍부한 폐기물 제품을 사용했다. 왜냐하면 공정 운영비용의 거의 절반이 박테리아를 먹이는 설탕에 있어서다. 2018년 민트 이노베이션은 사전 실험을 통해 잘게 부서진 인쇄 회로 기판으로부터 85~90%의 금을 회수했다. 이제 그 규모를 키워가기 위해 준비 중이다.


미생물의 특성을 조작하는 건 과학의 새로운 도전이다. 지금껏 발효균을 조작해온 것처럼 올바른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재활용균들이 탄생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균들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보물들이다.


190125 BRIC 동향에서 퍼온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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